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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아 독주회 평: 10살 피아니스트의 데뷔

월간음악
1987년 3월호

"탁영아의 데뷔는 거의 기록적이라 할 만큼 빠른 것이었다."
"탁영아의 독주회는 정녕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 대담한 기질, 유리한 신체적 조건, 음악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갖고 있는 ‘무서운 아이’ 였다."

탁영아 피아노 독주회
2월 17일 부산경성대 콘서트홀
평- 곽근수 (음악평론가. 부산 MBC)


우리나라의 제반음악 상황에서 10살짜리 어린이가 피아노독주회를 연다는 것은 우선 그 희귀성 때문에 눈길을 끌게 되며 여러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과거의 음악사를 보면 꽤 많은 신동들이 등장한다. 그 신동들의 데뷔는 대개가 10세 이전이다. 지금도 유럽에선 10세 이전의 “무서운 아이들” 이 종종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재능을 갖춘 어린 음악도를 발굴하기 위한 국제적 경연대회도 몇 개 있어서 ‘조기 발견’ 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초등학교 저학년 음악도를 대상으로 하는 유수한 콩쿠르가 있고 이를 통해 주목받을 만한 아이들이 배출되고 있다.

탁영아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86년에 월간음악 콩쿠르에서 1위를 했고, 틴에이저 콩쿠르에선 2등을 했다. 87년에 삼익콩쿠르에서 금상을 탔고 이듬해인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했다. 그 또래의 꼬마로서는 대단한 음악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번 독주회가 이를테면 공식적인 데뷔라고 할 만한 것인데 카발레프스키의 변주곡, 베토벤의 변주곡들, 하이든의 피아노 트리오 C장조, 슈만의 ‘아베크 변주곡’ 을 레퍼토리로 삼았다. 10세 소녀의 레퍼토리라는 사실만을 감안한다면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 나이로서는 믿기 어려울 만큼 대단히 다이내믹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탁영아의 피아노 연주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힘”을 바탕삼고 있었다. 이 점은 대단히 고무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예술은 “힘”에 의해 조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레퍼토리를 ‘변주곡’ 일색으로 삼은 것은 음악회의 아이디어로서는 빛나는 것이겠으나 이 소녀의 광범위한 음악적 적응력을 시험하는 것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중간에 시향단원들과 하이든중 트리오를 연주하여 “앙상블 피아니즘”의 뛰어난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훌륭했다.

탁영아의 데뷔는 거의 기록적이라 할 만큼 빠른 것이었다. 이 소녀를 이 나이에 무대에 내세운 부모나 스승은 아마도 특별한 기대를 가졌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탁 영아의 독주회는 정녕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 대담한 기질, 유리한 신체적 조건, 음악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갖고 있는 “무서운 아이” 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피아노에의 연마는 이제 막 시작이 된것이다. 어른들의 신중한 관리와 연주가 그 뒤를 받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