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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거장' 시리즈 독주회 평

피아노 음악
2003년 1월호

"용솟음치는 음악에의 환희와 열정..."

탁영아 피아노 독주회
2002년 12월 18일 오퍼스홀


올해의 마지막 ‘미래의 거장 시리즈’로 피아니스트 탁영아의 독주회가 오퍼스홀에서 열렸다. 일찍이 어린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아 국내 유수의 콩쿠르에 입상한 후 도미하여 줄리어드 음대를 거쳐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녀는 이미 수많은 수상과 연주를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주는 그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밝고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으로 무대에 나타난 그녀는 오프닝으로 하이든의 C장조 소나타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하이든 음악에서 요구하는 해학성을 십분 살리면서 영롱한 소리로 긴장과 이완의 묘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깔끔한 음악적 해석 또한 돋보였는데 그녀는 아주 정제된 소리로 다양한 빛깔의 음악을 만들어 내었다. 느린 악장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모습으로, 재치와 발랄함이 넘치는 마지막 악장에서는 청량제같은 상쾌함이 느껴지는 연주로 청중들을 즐겁게 하였다. 다음곡인 브람스의 ‘소나타 제 2번 f-sharp 단조’ 는 탁영아가 얼마나 폭발적인 연주자인지를 보여주는 곡 선택이었다. 매우 강인한 옥타브타건과 트레몰로에서 브람스 음악의 오케스트라적인 색채감과 함께 선이 굵은 폭넓은 표현력을 느낄 수 있었고 드라마틱한 곡의 진행과 뚜렷한 리듬감, 적절한 밸런스, 유려한 선율 흐름에서 그녀가 브람스 음악에 적합한 스케일이 큰 연주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반부에서는 드뷔시 영상 1집으로 그녀의 소리에의 탐구를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운 실크같은 터치로 그녀는 ‘물에 비치는 그림자’를, 풍부한 화음으로 ‘라모를 기리며’를, 그리고 발레리나의 날렵한 발끝동작 같은 가벼운으로 ‘움직임’을 모사햐였다.

다음에 연주된 커쉬네의 소타나는 자주 접할 수 없는 곡이어서 흥미가 유발되어TSmsep 탁영아는 리듬감 넘치게, 타악기적인 타건으로 약간은 혼란스러운 곡의 구성을 자신만을 이야기를 하듯 잘 풀어내었다. 동적인 자유로움과 정적인 감성을 잘 조화시키면서 3악장의 소나타를 통일감 있게 재구성한 좋은 연주였다. 마지막곡으로 선보인 슐츠 에블러가 편곡한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녀는 음악의 흐름을 아주 정확하게 잡아내면서 마치 무도회의 모습을 그려내듯 건반위에서 자유자재로 그녀만의 무도회 장면을 연출하였다. 그녀의 용솟음치는 음악에의 열정, 환희가 청중에게도 교감되어 모두 함께 그녀의 음악의 바다에 빠져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매우 유쾌한 경험이었다.

탁영아는 자신의 모든 것을 혼신을 다해 몰입할 줄 아는 연주자이다. 또한 청중들에게는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주자이다. 그녀의 연주모습에서 그리고 퇴장하는 뒷모습에서 ‘미래의 거장’ 이 아닌 이미 ‘현재의 거장’ 으로서의 모습이 느껴졌다.

손정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