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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Stage: 세라믹팔레스홀 초청 탁영아 피아노 독주회

피아노 음악
2009년 2월호

절제력과 고전적인 균형감
탁영아 피아노 독주회
2008년 11월 27일

연주의 결과는 대중 앞에서 냉정하게 평가받게 된다. 이전의 훈련이나 연습과정이 아무리 완벽했더라도 청중 앞에서 그것이 충분히 표현되지 못하면 피아니스트만의 순수한 장점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연주자에게 효과적인 연주를 위해 요구되는 음악적 요소 중 하나가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즉, 자신의 성향과 기질들을 확인하고 재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라믹팔레스홀 초청 우수 신인 연주회에서 탁영아 독주회가 있었다. 연주곡목은 하이든의 '소나타 제 16번 C장조 Hob.XVI:50', 쇼팽의 '폴로네이즈 환상곡 A플랫 장조 Op.61', 리스트의 '소네토 104번', 베르디-리스트의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제 6번 Op82' 였다.
그는 솔직하고 가식 없는 연주자다. 치밀한 훈련을 통한 완벽주의를 지향하고 있었는데 작품에 따라 자신의 내면적인 상태가 조금씩 변해가면서도 연주력에 대한 확신을 강하게 드러내 보였다. 그래서인지 리듬의 변화, 화성의 성격적인 뉘앙스와 분위기의 전환, 음역이 이동 등 악보상의 표현들이 물리적인 긴장과 이완을 통해 훨씬 더 확대된 감성과 의지대로 음악을 끌어 나갔다. 이러한 현상은 감상적인 흐름에 함몰되기보다는 구체화시키고 가시화시킴으로써 그가 매우 이성적인 연주자라고 느끼게 되는 일면이다.

하이든에서는 절제력 있는 리듬과 역동적인 감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고전적인 균형감을 합리적으로 유도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보다 더 넓힌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연 주를 하며 전개되는 변화를 의도적으로 고착시킴으로써 긴장감 속에서도 풍성한 정감을 충분히 만끽하게 해주었다. 이는 전체적으로 볼 때 소나타의 각 악장을 하나로 묶어가는 일관성에 대한 관점이 매우 확실해지면서 흔들림 없는 전달력을 지녔다고 본다.
쇼팽의 경우 리듬의 역동성과 악상의 변화를 원만하게 활용하여 낭만적인 정서와 연주자의 확고한 자기 신념이 그대로 직시되었다.
탁 영아의 리스트는 내면적 주곤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동시에 전혀 무리 없는 흐름과 터치로 청중을 확신에 찬 자신의 음악세계로 끌어들였다. 이는 여유로운 흐름과 연주자가 생각하는 정서의 표정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정의 변화까지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었다.
프 로코피에프에서는 이전에 보였던 모습보다 훨씬 더 선율에 대한 감성적 표현을 보다 극대화시키기 위해 작품의 구상을 진취적으로 짚어나갔다. 특히 드라마틱한 변화를 세련되게 연결함으로써 어느 정도 정형호시켰던 틀을 깨고 연주자 고유의 특성화된 기질을 안정적으로 덧입혔다.

앞서 지적했듯이 보편적으로 표현에 대한 욕구가 앞서면 터치도 거칠어지고 작품의 형상을 극대화시키려는 연주자의 욕심으로 인해 음악적 흐름이 인위적인 진행으로 주도해 버릴 우려가 많다. 그러나 이날 탁영아는 자신과 작품 간에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시킴으로써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본연의 장점과 특성을 연주 전반에 분명히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흔들림 없는 자기의 역량을 지켜나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글-최유란(음악칼럼니스트)